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조용히 그만두기(Quiet Quitting)’이라는 신조어가 SNS를 타고 확산하고 있다.
직장보다는 개인의 삶을 더 중시하고 주어진 일만 충실히 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
'조용히 그만두기'로 시작해서 '조용히 퇴직'까지
'조용히 그만두기'의 해석
워싱턴 포스트는 ‘조용히 그만두기’를 조명하며 “이는 직장에서의 규칙을 새로 쓰고 싶어 하는 MZ 세대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달 25일 미국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은 틱톡을 통해 “최근 ‘조용히 그만두기’이라는 용어를 알게 됐다"라며 “주어진 일 이상을 해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갇히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하는 일의 결과로 정해질 수 없다”고도 했다. 해당 게시물은 34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유명 인플루언서 아만다 헨리는 CNBC에 “사람마다 이 용어를 다양하게 해석한다"라며 “누군가에게는 받는 임금만큼만 일하겠다는 의미겠으나, 다른 사람에게는 단순히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조용히 그만두기’를 두고 “젊은 세대가 불안정하고 경쟁적인 노동환경 속에서 일과 일상의 균형을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구인 사이트 ‘레쥬메 빌더’가 지난 18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00명의 미국인 노동자 가운데 21%가 “받는 임금만큼만 일한다는 의미의 ‘조용히 그만두기’를 실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약 40%가 “일과 일상의 균형을 갖는 게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조직문화 컨설팅 업체 엑시 버스는 “상사 입장에서는 이런 태도가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프로답지 못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직원들에게는 지치지 않고 동기가 부여되며 더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유행으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사무실과 직장 동료들에 대한 단절감이 커진 것이 ‘조용히 그만두기’ 유행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봤다. 미국 구인업체 엑시 큐넷의 커리어 전략가 스테이시 할러는 “팬데믹은 일에 대한 태도와 우선순위를 바꿔놨다"라며 “특히 젊은 직원들은 직장에 깊이 연결됐다고 느끼지 않고 가족과 개인적 일상에 집중하려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라고 했다.
조용한 그만두기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조용한 그만두기'라는 말은 새로워 보이지만 사실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올해 초 갤럽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89년 이후 출생한 직원들의 69%가 ‘조용한 퇴직’을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아직 재무 보고서에 포착되진 않았지만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된다. 메타, 구글 등의 성과 낮은 직원들을 퇴출하겠다는 행보는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는 ‘기업’ 그리고 ‘직원들의 커리어’ 모두에서 조용한 퇴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직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회사
회사는 오래도록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직원들을 조직하며, 관리하는 최적의 방법을 연구해 왔지만 이런 방법에 관한 실질적인 지식이 없는 회사들이 아직도 많다.
인텔 최고의 CEO로 꼽히는 앤디 그로브가 인텔의 CEO로 일했을 당시, 이와 비슷한 생산성 문제를 겪었다. 인텔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기’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설명하자면, 경영진은 너무 많은 직원이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한다고 생각해 직원들이 아침 8시에 출근하고 오후 5시에 퇴근하도록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게으름을 피우던 직원들이 일찍 출근했지만 그렇다고 실적이 좋아지진 않았다. 한편 하루에 12~18시간 일하던 직원들은 이를 멈추고 8시간씩 일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하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생산성이 추락했다.
‘당근과 채찍’ 접근법이 직원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동기 부여에 매우 중요하다. 벌을 받아야 할 때 보상을 주면 나쁜 일이 생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앞선 인텔의 사례에서 이 회사는 초과 달성자를 식별 및 보상하고, 성과 미달자를 시정하거나 감축했어야 했다.
이는 메타와 구글이 범하고 있는 동일한 실수처럼 보인다. 최고 성과자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대신, 모든 직원을 동일한 비판적인 태도로 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생산성은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직원 자신의 평판을 훼손하는 행위
조용한 퇴직은 기업에 확실히 나쁘지만 직원에게도 똑같이 나쁠 수 있다. 우선, 회사가 내리막길에 접어들면 이는 직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새 일자리를 찾기 위해 면접을 볼 때 망한 회사보다 잘나가는 회사에서 왔다고 하면 더 유리하다.
조용한 퇴직 등의 관행은 장기적 관점에서 커리어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또 오늘날에는 HR 서비스를 아웃소싱하고, 직원 기록을 디지털 방식으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게으름을 피운다는 평판이 남은 커리어 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도 중요하지만 게으름뱅이라는 꼬리표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그러한 위치에 있다면 평판이 나빠지기 전에 다른 곳을 찾아야 할 때다.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조용한 퇴직’은 다음 2가지의 결과다.
(1) 기업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유지하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2) 직원들은 자신의 일과 삶의 균형에 관해 전술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인력 관리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실수다.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커리어를 훼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실수다.
무엇보다 조용한 퇴직의 유행은 경영진의 무능함과 기업 차원의 직원 관리 역량 부족을 시사한다. 직원들의 반발로 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들은 이러한 직원 역량 부족으로 점점 더 많은 문제를 겪으리라 예상된다.
즉, 직원들을 잘 대우한다고 알려진 기업들은 더 나은 투자, 더 나은 파트너, 더 나은 공급업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기업들은 직원들이 조용히 퇴직하는 회사처럼 직원 유지 및 동기 부여 문제를 경험하진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역할이 불만족스러워 조용히 그만두려고 한다면 일하고 싶으면서도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이력서를 꺼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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