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0차 유엔총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 기조연설이 화제다.
단순히 “평화를 지키자”는 원론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와 민주주의 경험을 유엔의 가치와 직접 연결해 강조했기 때문이다.
듣다 보니 우리가 걸어온 길이 곧 국제사회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엔 80주년과 한국의 역사
연설의 첫머리에서 대통령은 유엔 창설 80주년을 언급했다. 그리고 곧바로 대한민국의 지난 80년 역사와 연결했다.
한국은 유엔이 설립된 해에 식민지에서 해방됐다.
전쟁과 폐허 속에서 유엔의 지원으로 국가 정체성을 지켜냈다.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이뤄내며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역사가 곧 유엔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는 메시지다. 이 부분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실제로 한국이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크다.
‘빛의 혁명’과 민주주의 회복
이번 연설에서 가장 눈에 띈 대목은 바로 ‘빛의 혁명’이라는 표현이었다. 대통령은 최근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과정을 이렇게 명명했다.

과거 군사 쿠데타나 내란의 위기에도 국민이 꺾이지 않았고, 결국 민주주의를 회복해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한국 내부의 사건이 아니라,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남을 성취라는 식으로 강조됐다.
여기서 대통령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발언을 인용하면서, 한국이 세계 시민을 위한 ‘빛의 이정표’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 부분은 외신에서도 많이 다뤄질 만한 대목이라고 본다.
다자주의와 평화, 그리고 유엔 개혁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확대
대표성과 효과성 제고
국제사회 공동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주의 강화

특히, “방법은 하나, 더 많은 민주주의”라는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 이는 국내 정치 경험에서 나온 자신감이자, 국제 질서에도 통하는 원리라고 강조한 셈이다.
AI와 안보, 새로운 도전 과제
연설 후반부로 가면서 주제가 흥미롭게 전환됐다. 바로 인공지능(AI)과 안보다.
이제는 ‘보이는 적’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적’(사이버 공격, AI 악용)도 안보를 위협한다.
AI를 잘못 쓰면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고, 제대로 쓰면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도구가 된다.
한국은 내달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서 ‘AI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겠다고 선언했다.
AI와 민주주의, 그리고 국제안보를 이렇게 직접적으로 연결한 건 신선했다. 한국이 단순히 기술 강국이 아니라, 기술을 윤리적으로 활용할 규범을 주도하는 나라가 되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기후 위기와 지속 가능한 발전
연설의 또 다른 축은 기후변화 대응이었다.
한국은 에너지 대전환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와 공유할 계획이다.
2028년에는 칠레와 함께 유엔 해양총회를 개최해 해양 문제 해결에 나선다.

여기서 핵심은 한국이 단순히 ‘참여자’가 아니라 의제 설정자로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원조받던 나라에서 이제 글로벌 어젠다를 주도하는 나라로 변모했다는 메시지다.
한반도 평화와 ‘END 이니셔티브’
마지막 부분은 역시 한반도 문제였다.
한국 정부는 북한 체제를 존중한다.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
군사적 긴장과 적대 행위를 줄이고 신뢰 회복을 모색한다.

특히, 대통령은 ‘END 이니셔티브’(Exchange·Normalization·Denuclearization)를 제안했다. 교류 → 관계 정상화 → 비핵화라는 단계적 접근을 통해 남북관계의 새 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는 과거 정부들이 내세운 일방적인 접근과 달리, 현실적이고 점진적인 해법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한국의 새로운 선언
연설의 마지막은 꽤 인상적이었다.
K-컬처가 전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
한국 국민이 민주주의 위기 속에서 들었던 오색빛 응원봉을 국제사회와 유엔이 들어 달라는 요청
“함께하는 더 나은 미래(Better Together)”를 향해 담대히 나아가겠다는 약속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연설 전체의 분위기를 잘 압축한다고 느꼈다. 한국이 더 이상 ‘작은 나라’가 아니라, 세계 민주주의와 평화, 기술 혁신, 기후 대응을 선도하는 국가로 서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민주주의, 미래 전략을 종합적으로 담아낸 ‘선언문’에 가까웠다.
특히, 민주주의 회복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AI, 기후 위기, 남북관계 등 굵직한 의제들을 포괄적으로 제시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 국제사회가 이 메시지에 어떻게 반응할지, 그리고 실제 정책과 협력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문제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한국의 목소리가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에서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제 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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