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만 15개의 상장사가 3,350억 원의 EB(교환사채) 발행...
*EB(교환사채) 발행은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나 계열사 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삼아 투자자에게 채권을 발행하고, 투자자는 일정 기간 후 해당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구조.
최근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기업들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EB 발행을 통해 현금을 조달하거나 경영권 방어, 지배력 강화에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겉으로는 주주환원을 강조하면서 뒤에서는 자사주 의무 소각을 피하려는 꼼수, 이게 과연 누구를 위한 행동일까?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왜 중요할까?
우리나라 상법 개정으로 이제는 기업이 자사주를 영구히 쌓아두는 게 어려워졌다. 일정 기간 안에 소각하거나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기면서, 주주환원 정책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 제도의 취지는 간단하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고, 그만큼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올라간다.
회사 돈으로 주식을 사들였으면 결국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선진국 시장에서 이미 흔한 흐름이고, 한국도 늦게나마 발맞추려는 것이다.

그런데 왜 EB 발행 같은 꼼수가 나올까?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자 일부 기업들은 “차라리 EB를 발행하자”라는 선택을 하고 있다. EB(Exchangeable Bond, 교환사채)는 말 그대로 보유 중인 자사주와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이다. 기업은 자사주를 직접 팔지 않고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투자자는 일정 기간 뒤 그 자사주로 교환할 수 있다.

겉으로 보면 합법적이고, 회사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1. 자사주 소각의 취지 훼손
원래는 주주에게 돌려주라고 산 자사주를, EB라는 포장지를 씌워 사실상 시장에 다시 풀어버리는 셈이다.
2. 주주 가치 희석 우려
교환 시점에 자사주가 대량으로 풀리면,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결국 주주 환원은커녕 주주 부담만 늘어난다.
3. 단기 이익 중심 경영
“소각하면 당장 돈은 안 남는다, EB 발행은 곧바로 자금 확보다.” 이런 논리에 사로잡혀 단기적 재무 편익을 선택하는 것이다.
투자자가 느끼는 분노
나는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결국 손해는 개인 투자자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액주주는 회사의 이런 재무 꼼수를 따라잡기도 어렵고, 정보 비대칭 속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자사주 매입 소식이 발표되면 주가는 보통 기대감으로 오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EB 발행 같은 뉴스가 나오면, 주가 흐름은 오히려 꺾이거나 불확실성이 커진다. 주주 입장에서는 “믿고 투자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장기 투자자에게는 이런 불확실성이 큰 부담이다. 기업이 투명하고 일관된 주주정책을 가져가야 하는데, 오히려 “법의 허점만 찾아내는 회사”라는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대안은 없을까?
꼼수는 언제나 규제를 앞선다. 하지만 제도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나는 이 문제의 해법을 세 가지로 정리하고 싶다.
1. 의무 소각 기한 단축
자사주를 언제까지 소각해야 하는지 기한을 명확히 하고, 예외를 최소화해야 한다. 시간만 늘어지면 기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빠져나간다.
2. EB 발행 제한
최소한 자사주를 담보로 한 EB 발행에는 강력한 제한을 두어야 한다. 자사주는 주주 이익 환원을 위해 존재한다는 원칙을 확실히 해야 한다.
3. 투명성 강화
자사주 관련 의사결정을 이사회 공시로만 퉁치지 말고, 주주총회에서 보다 명확히 알리도록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주주가 직접 감시할 수 있어야만 기업이 꼼수를 부리기 어렵다.

결국, 문제는 ‘태도’다
기업이 EB 발행을 한다고 해서 당장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태도다. 주주를 진정한 동반자로 생각한다면 이런 방식은 나오기 어렵다.
결국 기업 가치라는 건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신뢰와 평판이 더 큰 자산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부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불투명한 행태 때문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신뢰를 쌓아가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꼼수만 부린다면 제도는 또 다른 규제를 낳을 뿐이다.

투자자는 결국 기업의 태도를 보고 투자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은 그런 꼼수를 벌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규제가 아니라, 기업 스스로의 ‘정직한 선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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