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1분 이상 집중하기가 힘들다.”
회사 동료와 점심을 먹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보고 싶은 드라마도, 들어보고 싶은 음악도, 사고 싶은 상품도 너무 많다 보니, 뭘 제대로 즐기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짧고 강렬한 경험을 찾는다. 바로 ‘숏확행(짧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숏폼이 만든 새로운 습관
나는 출퇴근길에 종종 틱톡을 켠다. 지루한 지하철 두세 정거장 정도면 벌써 10개 이상의 숏폼 영상을 보고 있다. 길이 30초 남짓한 콘텐츠인데도 정보도 얻고, 재미도 느끼고, 가끔은 감동까지 준다.
틱톡의 슬로건이 “짧아서 확실한 행복”이라는 걸 들었을 때 딱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엔 유튜브 긴 영상이나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게 당연했지만, 이제는 누가 먼저 숏폼으로 요약해주면 그걸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나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 심지어 부모님 세대도 이런 방식이 익숙해졌다.
실제로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민의 75%가 숏폼 콘텐츠를 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미 대세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기업들이 주목하는 이유
이제 숏확행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예를 들어 K-팝 기획사들은 신곡을 발표할 때 반드시 숏폼 챌린지를 연다. 르세라핌의 ‘Smart 챌린지’ 같은 경우, 팬들뿐만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까지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노래가 퍼졌다.
명품 브랜드들도 예외는 아니다. 구찌의 #GucciModelChallenge는 집에 있는 옷으로 ‘구찌스러움’을 표현하는 놀이였다. 코로나 시기에 폭발적인 참여를 이끌었고, 구찌는 단순히 명품을 넘어 대중적 친근감을 얻었다. 조회 수 2억이라는 수치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홈쇼핑 업계도 숏폼에 발맞췄다. 롯데홈쇼핑은 1시간짜리 방송을 30초로 압축한 ‘숏핑’을 도입했고, 공영홈쇼핑도 1분 내외 하이라이트 영상 ‘숏찜’을 만들었다. 바쁜 직장인이 긴 방송을 챙겨볼 리 없다. 30초 안에 상품 핵심만 보여주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문화 생활에도 번진 ‘짧은 행복’
흥미로운 건 숏확행이 단순히 온라인 영상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년 대구에서는 실제 상점에서 단 15분 동안 진행되는 연극 <대명동 스낵극>이 열렸다. 길지 않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현장감 덕분에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영화 시장에서는 <밤낚시> 같은 ‘숏무비’가 등장했다. 러닝타임은 13분, 입장료는 1,000원. 그런데 4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재미있는 건 숏무비를 본 사람들이 같은 날 일반 영화까지 함께 보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즉, 숏무비가 기존 영화를 빼앗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영화관의 전체 이용률을 높이는 효과를 준 셈이다. 제작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니, 한국 영화 산업 입장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시도다.
여행도 ‘퀵턴’이 대세
여행에서도 숏확행은 드러난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인 게 ‘퀵턴 여행’이다. 원래 항공 승무원들이 목적지에 도착해 바로 돌아오는 일정을 뜻했는데, 지금은 당일치기·1박2일 압축 여행을 말한다.
일본에 가서 위스키만 사와도 차액으로 비행기 값을 뽑는 경우가 있고, 국내에서도 ‘빵집 투어 대전’, ‘해산물 투어 속초’, ‘닭갈비 투어 춘천’ 같은 테마 여행이 많다. 긴 휴가를 내지 않고 주말에 다녀올 수 있으니 바쁜 직장인에게 딱 맞다.
왜 이렇게 ‘짧은 경험’이 뜨는 걸까?
첫째, 효율적 경험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요즘은 ‘가성비’뿐만 아니라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라는 말도 많이 쓴다. 한정된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거다.
둘째, Z세대의 소비 습관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라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에 능하다. 짧은 콘텐츠를 연속적으로 소비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리고 그 흐름이 숏폼을 넘어 연극, 영화, 여행까지 확장된 거다.
숏확행에도 주의할 점
물론 숏폼을 무작정 즐기기만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팝콘 브레인’이라는 단어가 있다.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뇌를 뜻하는데, 숏폼만 반복적으로 보면 긴 호흡의 콘텐츠나 차분한 경험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유튜브 숏폼으로 드라마 줄거리를 먼저 보고, 진짜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서 롱폼으로 본다. 짧은 콘텐츠를 발판으로 삼아 더 깊은 경험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나만의 숏확행을 찾는 방법
짧다고 해서 가볍기만 한 건 아니다. 숏확행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문화생활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중요한 건 절제와 선택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경험을 고르고, 그걸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 도구로 숏폼을 쓰는 거다.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면, 긴 시간을 내기 어려워도 짧은 행복은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결국 숏확행의 시대란, 짧지만 확실하게 나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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